전체 글17 버림 받은 길 비가 내린다 비가 내린다.아슴아슴 스며드는 가랑비가 내린다. 비가 내린다. 서걱서걱 소리 내며 바람비가 내린다. 비가 내린다. 아롱아롱 번지는 안개비가 내린다. 비가 내린다. 아악아악 소리치며 장대비가 내린다. 중학교3학년 여름, 며칠째 강렬한 햇볕만 쏟아져 운동장엔 마른 흙먼지만 풀풀 날렸다. 나는 찜통 같은 교실에서 땀을 귀밑머리까지 흘리며 희멀끔한 운동장을 시리게 쳐다보고 있었다. 순간 하늘이 거뭇해지며 우르릉 콰광 천둥치더니 어른 손가락만한 장대비가 와악,와아악 쏟아져 내렸다. 마른 먼지 풀풀 날리며 희멀끔했던 운동장은 물로 장관을 이루며 도랑이 생기고 물웅덩이까지 만들어졌다. 그때 나는 운동장으로 뛰어들고 싶었다.비속에서 하얀 광목옷을 입고 너울너울 춤추고 싶었다. 한 마리 학이 되고 싶었다.가.. 2024. 2. 26. 더러운 세상을 향해 소리쳐라 뗏목을 타고 떠내려온 한 남자 어느 날 어떤 섬에 한 남자가 뗏목을 타고 파도에 휩쓸려 떠내려 온다. 작가는 남자가 그들과 같지 않다는 걸 강조하려는 듯 책 하단에 짧게 ‘남자는 그들과 같지 않았습니다.’라는 구절을 다른 구절과 한참이나 떨어뜨려 놓는다. 섬사람들은 낯선 이 남자가 어쨌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낯선 남자의 의견은 물어보지도 않고 그도 이 섬이 맘에 들지 않을 거라고 단정해 버린다. 그러고는 아무것도 걸치지 못하고 낯선 사람과 풍경에 의아해하는 남자를 캄캄한 파도 속에 밀어 넣으려고 한다. 하지만 양심 있는 어부가 그가 죽을거라고 하면서 그를 섬에 두자고 한다. 사람들은 남자를 염소우리에 가둬두고 그를 잊고 일상에 빠져 살아간다.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남자가 잊혀져 갈 무렵 배고픔을 참지 못.. 2023. 5. 3. 오필리아의 그림자 극장으로 오세요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어떤 이에게 죽음은 희망과 축복의 세계가 되기도 합니다. 의 주인공 오필리아한테 죽음은 그런 세계입니다. 그녀는 죽음과 함께 어둠의 세계가 아닌 빛의 세계로 나아갑니다. 이름난 배우가 꿈이었지만 그러기엔 목소리가 너무 작았던 오필리아. 오필리아라는 이름도 이름난 연극배우가 되라고 연극에 나오는 유명한 사람의 이름을 본 따 부모님께서 손수 지어준 것입니다. 연극배우가 될 수는 없었지만 연극과 관련된 일이라면 뭐든 하고 싶었던 오필리아는 대사를 잊은 배우들에게 작은 목소리롤 대사를 불러주는 일을 합니다. 오필리아는 평생 그 일을 행복하게 했고 유명한 연극에 나오는 대사를 모조리 외워버려 나중에는 대본을 보고 읽을 필요도 없게 됩니다. 그러나 오필리아가 할머니가 될 무렵 세상은 달라지.. 2023. 3. 7. 일상으로부터 미친 척 떠나보라 일탈을 꿈꾸는 자 메뚜기는 산이나 들, 집 앞 텃밭 근처에서도 흔히 마주 칠 수 있는 친근한 곤충이다. 어렸을 때 메뚜기를 잡아 풀에 줄줄이 꿰어 엄마에게 잡아다주면 달군 프라이팬에 메뚜기를 구워 아버지 술안주로 드리곤 하였다. 산, 들 어디에서든 메뚜기나 사마귀를 가지고 놀았던 기억이 새롭다. 벼가 누렇게 익은 논에 가보면 갈색빛으로 통통하게 여문 메뚜기들을 수 십마리에서 수 백마리는 볼 수 있다. 어떤 메뚜기들은 가족 단위로 몰려 다닌다. 어른메뚜기 등 뒤에 어린메뚜기 한 두 마리씩이 업혀서 다니기도 한다. 벼를 벨 무렵이면 메뚜기들이 벼이삭을 갉아 먹어 농민들에게는 골치거리가 되기도 한다. 요즘 사람들에게도 메뚜기는 알맞은 술 안주로 통한다. 일본 작가 다시마 세이조의 는 우리에게 한바탕 웃음을 선.. 2023. 3. 2.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