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6 꼭꼭 씹어 꿀꺽 드세요.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 하늘에서 음식이 내리는 걸 상상해 본 적 있나요?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 이 세상은 어떻게 될까요? 모름지기 이 세상은 밥을 먹어야 사는 세상입니다. 기본적인 밥 문제가 해결되어야 세상만사가 제대로 돌아갑니다.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 식당도 필요 없을 거고, 농부나 어부도 일을 하지 않아도 되고 이 세상의 엄마들은 아이들의 밥을 챙기지 않아도 되고 밥벌이를 위한 노동의 고통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고 어떤 음식을 먹을지 고민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 책에는 하늘에서 음식이 내리는 그런 마을이 나옵니다. 이 마을은 날씨처럼 비나 눈처럼 실제로 하늘에서 음식이 내립니다. 마을의 이름은 꼭꼭 씹어 꿀꺽이랍니다. 보통 여느 마을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학교와 정원과 회사와 가게가 있고 개.. 2024. 2. 27. 파리 아가씨의 명복을 빕니다 거미와 파리 아가씨와의 밀당 "파리 아가씨, 내 응접실로 모셔도 될까?" 멋진 정장을 차려 입은 거미 신사가 정중한 예의를 갖춰 파리 아가씨를 초대하는 걸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거미의 목소리는 마치 나긋나긋하고 듣기 좋은 목소리를 가진 성우의 음성처럼 들립니다. 『거미와 파리』는 토니 디터리지가 1920년대와 1930년대의 고전적인 할리우드 공포영화에서 영감을 받아 그림을 그렸다고 합니다. 그림은 검은색과 흰색 무채색만을 사용해 마치 흑백영화 한 편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힐을 신은 파리 아가씨의 날씬하고 긴 다리와 하늘거리는 작은 날개에 비해 여덟 개나 되는 거미의 다리는 사다리처럼 기다랗고 검은 정장으로 가린 배는 불룩합니다. 거미의 눈빛은 어느 때는 음흉하고 느끼하고 게슴츠레하고 .. 2024. 2. 27. 평화가 노릇노릇 구워지다 달콤한 평화 배고픈 여우 한 마리가 있었어. 여우이름은 콘라트야. 콘라트는 늘 배가 고팠어.꼬르륵 소리를 달고 다녔지. 배고픈 콘라트는 한 마리 알을 품은 엄마 오리를 엿보고 있었지. 오리와 친구가 되려고 한 건데 엄마 오리는 알을 버리고 도망가 버리지.집으로 가져와 맛있는 오리 요리를 해먹으려고 하는데 귀여운 아기오리가 태어나고 말지. 새들은 제일 처음 보게 된 존재를 자기 엄마로 안대. 아기오리가 처음본 건 중년의 배고픈 여우 한 마리. 엄마,엄마하며 종종거리며 따라오는 오리를 콘라트는 차마 잡아먹을 수 없었지. 어쩔 수 없이 아빠가 되어 버린 중년의 여우는 아기 오리를 먹이고 입히고 어엿한 청년 오리로 키워냈어. 청년 오리한테는 예쁜 여자 친구가 생겼지. 콘라트는 할아버지가 된 거야. 많은 손자 손.. 2024. 2. 27. 버림 받은 길 비가 내린다 비가 내린다.아슴아슴 스며드는 가랑비가 내린다. 비가 내린다. 서걱서걱 소리 내며 바람비가 내린다. 비가 내린다. 아롱아롱 번지는 안개비가 내린다. 비가 내린다. 아악아악 소리치며 장대비가 내린다. 중학교3학년 여름, 며칠째 강렬한 햇볕만 쏟아져 운동장엔 마른 흙먼지만 풀풀 날렸다. 나는 찜통 같은 교실에서 땀을 귀밑머리까지 흘리며 희멀끔한 운동장을 시리게 쳐다보고 있었다. 순간 하늘이 거뭇해지며 우르릉 콰광 천둥치더니 어른 손가락만한 장대비가 와악,와아악 쏟아져 내렸다. 마른 먼지 풀풀 날리며 희멀끔했던 운동장은 물로 장관을 이루며 도랑이 생기고 물웅덩이까지 만들어졌다. 그때 나는 운동장으로 뛰어들고 싶었다.비속에서 하얀 광목옷을 입고 너울너울 춤추고 싶었다. 한 마리 학이 되고 싶었다.가.. 2024. 2. 26.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