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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피의 이름으로 너를 부른다

by 천년 느티나무 2024. 2. 27.

자유, 자유, 자유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은

삼각산(三角山)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漢江)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이

이 목숨이 끊기기 전에 와 주기만 하량이면

나는 밤하늘에 나르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鐘路)의 인경(人磬)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은 깨워져 산산조각 나도

기뻐서 죽사움에 오히려 무슨 이 남으리까.

그날이 와서 오오 그날이 와서

육조(六曹) 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뒹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 하거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기어

커다란 북을 만들어 들쳐 메고는

여러분의 行列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 꺼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그날이 오면전문-

농촌운동을 배경으로 한 소설 상록수로 잘 알려진 소설가 심훈이 쓴 그날이 오면이라는 시의 전문이다. 독립의 그날을 염원하는 간절한 마음이 다소 과장적이고 격정적인 어조로 읽혀지지만 일제로부터 뺏긴 자유를 찾고자 하는 화자의 마음이 강하게 나타나 있다.

시의 화자는 자유의 그날이 오기만 한다면, 두개골이 깨워져 죽어도 좋다고 힘주어 말하고 있다.

그들의 자유는 철저히 짓밟혔다

자유의 길미국 노예 제도가 성행하던 시절 백인들로부터 자유를 뺏기고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학대받고 죽임을 당했던 수많은 흑인들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1518년부터 1865년까지 영국, 포르투갈, 프랑스, 미국이 수많은 아프리카 사람들을 북아메리카로 실어 날랐다. 그들은 총과 칼로 흑인들을 위협하고 흑인들의 손과 발을 묶고 창고에 쌓아놓은 물건처럼 배에 켜커이 쌓아 날랐다. 움직일 수도 없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똥과 오줌을 쌌고 똥오줌은 그대로 아래 칸에 누워있는 사람 위로 흘러내렸고 썩은 냄새가 진동했다.

항해 중 병든 사람과 죽은 사람들은 바다에 던져졌다. 흑인들은 백인들의 노예가 되어 목화농장에서 살이 벗겨져 녹을 정도로 일했고 성적 놀잇감이 되었고 물건처럼 팔렸다.

정든 고향을 떠나 어디로 끌려가는지도 모른 채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곳에서 동물처럼 부림을 받는 사람들의 심정이 어떠했을까.

그들은 까닭도 모른 채 왜 우리가 이런 고통을 받아야 하지? 내가 무엇을 잘못했지? 뭐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생각하고 나중에는 그런 운명을, 하나님을, 원망하고 분노하고 벗어나려고 도망치고 싸우고 몸부림치다가 채찍에 찢기고 죽어갔다.

생명은 어떤 무엇보다도 소중하다

평범한 사람들로 구성된 백인들은 가난하고 억압받는 사람들을 도와주어야 한다는 진리를 따라 노예가 자유를 찾을 수 있도록 조직적으로 도왔다. 급기야 노예 문제는 남북전쟁으로까지 이어지고 미국 정부는 1850년 도망치는 노예를 돕는 일을 불법으로 규정하기에 이른다.

권력은 이토록 악한 것인가.

그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같은 살과 피를 나는 사람들의 목숨 따위는 아무 가치도 없는 것으로 여겼다. 아무리 정부 아니라 정부 할아버지가 만든 법이라 해도 그 법이 백성을 고통스럽게 하고 억압한다면, 법을 진정한 법이라고 할 수 있을까?

어떤 위대한 법도 생명의 소중함보다는 위대할 수 없다. 흑인들은 죽기 살기로 싸웠고 결국 자유를 찾고야 말았다. 땅도 집도 가족도 잃었지만 그런 두려움과 외로움보다 자유를 찾은 기쁨이 더욱 컸을 것이다. 자유가 있어야 밥도 있고 삶도 있는 것이다.

글을 쓴 줄리어스 레스터는 노예의 삶을 다룬 논픽션과 소설을 통해 그들의 혹독했던 삶을 세상에 알렸다. 그의 말을 빌리면 로드 브라운의 그림을 보았을 때 노예의 삶에 대해 아직도 더 써야 할 게 남아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말과 함께 로드 브라운의 그림은 사실성을 뛰어넘어 영혼을 불러일으키는 생생한 힘이 있었다고 전한다. 나는 자유의 길에 나오는 로드 브라운의 그림 중에서 27쪽의 지금 여기보다는 먼 옛날을 보고 있는것 같은 티미이 할아버지의 눈빛을 보고 가슴이 뭉클해졌다.

눈빛은 애잔한 듯 그리움을 간직한 눈이었고 지난 세월의 슬픔과 고통과 분노를 모두 뒤섞어 놓은 듯한 허망함과 갈망이 들어 있는 눈빛이었다. 하나의 그림을 보고도 이렇게 누군가의 아픔과 삶의 절절함을 느낄 수 있다니, 로드 브라운이 흑인노예의 고통스런 역사에 대해 얼마나 뜨거운 심정으로 공감했는지 알 것 같다.

 

 

▶그림책 : 자유의 길

▶ 출판사 : 낮은산

▶ 글 : 줄리어스 레스터

▶ 그림 : 로드 브라운

▶ 옮긴이 : 김중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