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어떤 이에게 죽음은 희망과 축복의 세계가 되기도 합니다.
<오필리아의 그림자 극장>의 주인공 오필리아한테 죽음은 그런 세계입니다.
그녀는 죽음과 함께 어둠의 세계가 아닌 빛의 세계로 나아갑니다.
이름난 배우가 꿈이었지만 그러기엔 목소리가 너무 작았던 오필리아.
오필리아라는 이름도 이름난 연극배우가 되라고 연극에 나오는 유명한 사람의 이름을 본 따 부모님께서 손수 지어준 것입니다.
연극배우가 될 수는 없었지만 연극과 관련된 일이라면 뭐든 하고 싶었던 오필리아는 대사를 잊은 배우들에게 작은 목소리롤 대사를 불러주는 일을 합니다.
오필리아는 평생 그 일을 행복하게 했고 유명한 연극에 나오는 대사를 모조리 외워버려 나중에는 대본을 보고 읽을 필요도 없게 됩니다.
그러나 오필리아가 할머니가 될 무렵 세상은 달라지고 영화관과 텔레비전이 생겨납니다.
연극을 보러 극장을 찾는 사람도 줄어 오필리아는 일자리를 잃게 됩니다.마지막 공연이 끝난 날, 텅 빈 극장에 홀로 남아 있는 오필리아 앞에 '그림자 사냔꾼'이라는 그림자가 나타납니다.
그는 세상에서 돌보지 않아 외롭게 떠도는 그림자입니다. 그런 그림자를 오필리아는 따뜻하게 품어줍니다.
소문은 삽시간에 퍼져나가 떠도는 그림자들이 오필리아를 찾아옵니다.
처음 찾아온 '그림자 사냥꾼'을 비롯하여 무서운 어둠, 외로움, 밤앓이, 힘없음, 덧없음, 마지막에 만난 죽음까지 그림자가 많아질수록 오필리아의 방은 점점 어두컴컴해지지만 그녀는 기꺼이 그림자들과 함께 연극공연을 하기로 합니다.
위대한 희극과 비극
그림자들은 위대한 희극과 비극을 모두 배워나갑니다.
오필리아의 공연은 점점 인기를 더해가고 연극을 보고 감동 받은 사람들은 구경값을 성의껏 내기도 합니다.
오필리아는 낡은 자동차 한 대를 구해 화가한테 부탁해 차를 멋지게 꾸민 다음 차 양 옆에 커다란 글씨로
「오필리아의 그림자 극장」이라고 쓰고 넓은 세상을 두루두루 돌아다닙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오필리아 앞에 어마어마하게 크고 어두운 그림자가 불쑥 나타납니다.
오필리아는 이 '죽음'이라는 그림자마저도 받아들입니다.
곧바로 그녀는 천국으로 들어서는 문 앞에 들어섭니다.
그곳에는 그녀가 지금껏 받아 준 갈 곳 없던 그림자들이 화려한 빛깔의 옷을 입고 오필리아를 보고 웃고 있습니다.
그림자들은 오필리아 덕분에 구원을 받아 천국에 이른것입니다.
오필리아는 이제 천국의 빛 극장에서 그림자들과 함께 연극 공연을 하며 또 다른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목소리가 작아 연극배우의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연극 무대 뒤에서 대사를 불러주는 일을 하며 할머니로 늙어간 오필리아를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자신의 꿈 언저리에서 이루지 못한 자신의 꿈을 바라보며 사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일까요?
행복했으니까 평생 그 일을 했겠지요? 그녀가 할머니가 될 무렵 세상 한 복판에 영화관과 텔레비전이 들어서고 사람들은 연극을 잊어갑니다.
연극이 저물어가면서 그녀의 삶도 저물어 갈 무렵 그녀에게 찾아 온 그림자들은 세상에서 소외되고 잊혀 진 우리 이웃의 또 다른 모습입니다.
그들은 세상 밝은 곳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구석지고 컴컴한 곳에서 가난하고 쓸쓸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그녀도 그들과 다름없는 처지임에도 그들을 품어주고 위로합니다.
새로운 삶을 사는 자여, 행복하여라
오필리아의 그림자들은 아무 가진 것 없이 쓸쓸하고 가난했지만 삶의 열정을 가지고 나누는 삶을 살아갑니다.오필리아가 어느 정도의 돈을 모아 낡은 자동차 한 대를 구해 「오필리아의 그림자 극장」이라고 쓰고 세상 곳곳을 돌아다니는 모습은 낭만적이기까지 합니다.
프리드리히 헤헬만의 그림은 전체적으로 어두운 듯 보이지만 그림 곳곳에서 밝은 빛이 새어 나오는 것 같습니다.
할머니 모습을 한 오필리아의 표정을 한 번 보세요. 늙어 주름진 입술과 반짝이는 눈, 동글납작한 콧망울까지 어린아이처럼 귀엽습니다. 그림자 뒤에는 항상 희고 푸르스름한 빛을 배치해 놓았습니다.
희고 푸르스름한 빛때문에 그림자들에게 보이지 않는 표정과 익살스러운 몸짓을 뚜렷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어떤 무거운 그림자도 마다하지 않았던 그녀는 누구보다도 넓은 가슴을 가졌습니다.
'죽음'이라는 그림자마저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그녀의 용기와 배려에 고개가 숙여집니다.
그녀에게 나타난 그림자들은 하나같이 절망적인 못브을 하고 있었지만 오필리아를 통해 당당하게 빛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연극을 공연하면서 그들은 배려와 따뜻한 나눔을 배워나갑니다.
그리고 천사처럼 거듭난 모습으로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이 세상에 태어난 어떤 뭇 생명도 혼자 살아갈 수 없습니다.
우리는 보이던 보이지 않던 그 손길이 느껴지지 않더라도 어느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고 살아갑니다.
그대여, 외로워하지 마세요
그러니 외로워하지 마세요. 당신이 존재하는 것은 당신 혼자만의 힘과 의지때문이 아닙니다.
잊지 말아요. 이 우주만물의 모든 것이 당신을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을요.
정호승 시인은 '그대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라고 하며 외로움을 운명처럼 노래했습니다.
인생의 끝자락에서 만나게 될 ';무서운 어둠'과 '외로움' 그리고 '덧없음'까지도 웃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이미 당신은 충분히 행복한 사람입니다.
<출처>
-그림책 : <오필리아의 그림자 극장>
-출판사 : 배틀·북
-글 : 미하엘 엔데
-그림 : 프리드리히 헤헬만
-옮긴이 : 문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