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 할아버지와 세 나무인형
할아버지는 숲 속 오솔길 옆의 조그만 집에서 혼자 살고 있었습니다.
할아버지는 너무나 외로워서 나무 인형을 만들었습니다.
뜨개질을 하는 인형
삽을 든 인형
가방을 멘 인형
세 개의 나무 인형이었습니다.
작가는 나무 인형의 시점에서 할아버지를 보고, 할아버지의 부재로 인해 황폐하게 변해가는 집을 이야기하고 황폐한 집 속에서 쓸쓸하게 잊혀져 가는 세 나무 인형을 담담하게 이야기합니다.
할아버지는 왜 하필 뜨개질하는 인형, 삽을 든 인형, 가방을 멘 인형을 만들었을까요?
아마도 할아버지는 가족이 간절히 그리웠나 봅니다.
뜨개질하는 인형은 엄마고 삽을 든 인형은 아빠고 가방을 멘 인형은 아이를 상징하는 듯합니다.
세 나무 인형은 창턱에 앉아 텃밭에서 일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다정하게 쳐다봅니다.
할아버지는 이따금 나무 인형들에게 말을 걸기도 하고요.
완벽한 가족이 된 것이지요.
할아버지는 어디로? 오두막 집을 찾아온 한 가족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는데 "할아버지의 집은 조금씩,아주 조금씩 무성한 수풀 속에 파묻혀 갔습니다."를 읽을 무렵 한 아이가 물어 봅니다.
"선생님,할아버지는 어디 갔어요? 왜 안 와요?“
도대체 할아버지는 어디에 간 것일까요?
그림책 6쪽의 '어느 날,할아버지는 집을 나가 다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를 읽으면서 나는 죽음의 냄새를 맡습니다.
할아버지는 집을 나간 게 아니라 밭에서든, 숲에서든, 길에서든 돌아가시어 하늘나라로 가셨기 때문에 다시 돌아오지 못한 것은 아닐까요?
어쩐지 책의 첫머리에 나오는 세 나무 인형을 안고 있는 할아버지의 모습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처럼 보입니다.
책을 계속 읽어 나갈수록 나무 인형에 대한 동정심은 점점 강하게 일어납니다.
할아버지가 없는 숲 속 오두막집에는 세 나무 인형만이 그대로 놓여 있습니다.마당에는 가시덤불이 빽빽이 자라고 담쟁이덩굴이 오두막을 뒤덮고 나무 인형위에는 뽀얗게 먼지가 쌓여 갑니다.창문에는 거미줄이 얼기설기 얽혀 밖은 보이지도 않습니다.
그렇게 잊혀져갈 무렵 오두막집에 한 가족이 찾아옵니다.젊은 엄마와 아빠와 어린 딸이 말입니다.나무 인형은 동정심 많은 이 가족한테 구원을 받습니다.
세 가지 나무 인형, 다시 행복을 찾다
안젤라 바렛의 그림은 잔잔하면서도 무게감이 있고 슬며시 끌어들이는 강한 흡인력이 있습니다.
이 그림책에서는 나무 인형이 흡사 살아 있는 사람과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입니다.
오히려 더 생동감 있고 생명력 있어 보입니다.
세 나무 인형이 젊은 엄마와 아빠와 어린 딸로 환생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하늘에 있는 할아버지가 이 가족을 세 나무 인형들에게 보내 준 것인지도 모르지요.
세 나무 인형은 주변의 환경이 변해감에 따라 더 쓸쓸하고 외로워져가지만 늘 마음만은 꿋꿋하고 의연하게 희망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할아버지가 나무 인형을 가족으로 대한 것처럼 새로 이사 온 가족도 나무 인형을 가족으로 대하고 사랑하고 보호해 줍니다.
나무 인형은 새로운 가족으로 인해 다시 행복해졌습니다.
나무 인형이 행복해져서 참 다행입니다.
아래 글은 초등학교3학년 친구가<숨어 있는 집>을 읽고 느낌을 쓴 글입니다.
[할아버지가 어디있는지 궁금하다. 갑자기어디로 사라지시고는........할아버지가 나쁘다고 생각한다. 할아버지가 쓸쓸해 나무인형을 만들어 놓아 창가에 두어 가족을 만들고 자기 가족이면서 집을 떠날거면 인형들 가족들도 데려가지 가족을 놔두고 가다니 나쁘다. 근데 어디로 떠나셨을까? 궁금하다. 아마 도시로 떠나셨을지도 모른다.]
아이가 할아버지를 나쁘다고 한 걸 보면 아이도 숲 속 오두막집에 쓸쓸하게 남겨진 나무 인형에 대해 강한 동정심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는 할아버지가 도시로 떠났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는 할아버지의 죽음을 전혀 생각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할아버지가 외로우셔서 사람이 많고 복잡한 도시로 떠나갔을 거라고 짐작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이 어른과 아이의 다른 시점이 아닐까요?
인형들한테 가족이 생겼다는 것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인형들이지만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느껴져 자꾸 걱정되고 자꾸 마음이 가게 됩니다.
그림에서 느껴지는 따뜻하고 섬세한 분위기와 작가의 긍정적인 마무리 덕에 <숨어있는 집>은 빛을 더합니다.
<출처>
-그림책 : 숨어있는 집
-출판사 : 마루벌
-글 : 마틴 워델
-그림 : 안젤라 바렛